🇯🇵 일본어 공부

눈꽃과 아이누 ─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

해랑(Sea-wave) 2025. 5. 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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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누족 족장의 동상. Dall-E 3를 통해 만들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나라, 그리고 나의 다음 여정 – 홋카이도

2024년, 한국은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나라였습니다.

약 882만 명의 한국인이 일본을 찾았고, 이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약 26%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특히 2030 세대의 일본에 대한 선호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한국인이 일본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리적으로 가까워 접근성이 뛰어나고, 볼거리먹거리가 풍부한 데다, 익숙하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가 여행의 매력을 더합니다.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고, 다양한 직항 노선 덕분에 주말을 이용한 짧은 여행조차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저 역시 작년 12월, 도쿄를 다녀왔습니다.


주변 친구들도 방학이나 연휴를 이용해 도쿄, 오사카 같은 대도시, 혹은 쇼핑과 관광이 편리한 관광 특화 지역을 자주 찾곤 합니다.
요즘은 다카마쓰나 후쿠오카처럼 개성 있는 소도시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많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여행은 비슷한 루트, 비슷한 경험으로 수렴되는 듯합니다.

 

그러던 중 문득, ‘일본이라는 나라를 진짜 이해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한 일본은, 어쩌면 일본의 일부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들었죠.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향을 향해보고 싶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곳은, 일본의 최북단,
눈, 대자연, 그리고 원주민 문화가 공존하는 섬, 홋카이도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일본의 또 다른 얼굴이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  홋카이도는 어떤 곳일까? ─ 볼거리를 중심으로

홋카이도는 일본에서 가장 큰 도도부현(都道府県)이며, 한국의 강원도와 비슷한 한랭한 기후를 가졌습니다.

 

겨울에는 삿포로 눈축제로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여름에는 비에이의 꽃밭, 후라노의 라벤더처럼 시원하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으로도 사랑받는 지역입니다.

 

행정 중심지는 삿포로시(札幌市)이고, 주요 도시로는 하코다테아사히카와오타루 등이 있습니다.
또한, 일본의 원주민인 아이누족(アイヌ民族)의 문화가 보존된 곳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삿포로 눈축제와 비에이의 꽃밭

 

 

후라노의 라벤더 @ https://www.visit-hokkaido.jp/

 

🗺️ 개척의 섬, 홋카이도 ─ 역사를 중심으로

홋카이도는 일본 열도 최북단에 위치한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섬으로, 면적은 일본 국토의 약 5분의 1에 달합니다. 원래 ‘에조’로 불리던 이 땅은 아이누라고 불리는 선주민들이 살고있었습니다. 1869년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 공식적으로 병합되었고, 본격적인 개척과 개발이 시작되었습니다. 메이지 정부는 국방과 번영을 목표로 개척사를 설치하고 전국에서 이주민을 모집해 도로, 항만, 농업 기반 시설의 대규모 개발을 추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인 정착민과 선주민인 아이누족 사이에는 갈등과 충돌이 발생하였습니다. 아이누인들은 토지를 빼앗기고 일본 문화에 강제로 동화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홋카이도는 이후에도 식량 자립과 산업 발전의 핵심 기지로 인식되어, 일본의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개척사(1873)와 북진기

 

🧬 사라지지 않은 뿌리, 아이누 문화

홋카이도의 진정한 뿌리는 이 땅의 원주민인 아이누(Ainu)족에게 있습니다. 아이누인은 일본어와 전혀 다른 아이누어를 사용하며, 곰·연어·사슴 등 자연의 모든 존재에 ‘카무이(신)’의 혼이 깃들어 있다는 깊은 자연신앙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들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신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동체 문화를 이루며 살아왔고, 수렵·채집·어업을 기반으로 한 삶의 방식은 혹독한 기후 속에서도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재는 시라오이 시에 위치한 ‘우포포이’(민족공생상징공간) 등에서 아이누 문화의 전통 가옥, 노래와 춤, 공예, 음식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으며, 일본 사회 내에서도 문화적 다양성과 존중의 상징으로 다시 조명되고 있습니다.

 

❄️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방식

홋카이도는 일본 안에서도 독보적인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는 동해, 오호츠크해, 태평양의 3개 바다로 둘러싸여 각 지역에 따라 기후차이가 납니다. 비교적 온난한 삿포로의 경우에는 2010년까지 과거 20년 간 삿포로의 연 평균기온은 8.9℃, 여름의 평균 최고기온은 26.4℃, 겨울의 평균 최저기온은 -7.0℃입니다.

 

여름에는 습도가 낮고 시원한 기후 덕분에 여행지로 사랑받고, 겨울에는 오호츠크해 유빙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설경을 자랑합니다. 특히 시레토코 반도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곳에는 불곰, 여우, 단정학 등 다양한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랭한 기후와 풍요로운 자연은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돕고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과 상호부조 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농업, 어업, 임업 등 1차 산업 기반의 경제가 발달했으며, 지금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전통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JMA ❘ Climate_Hokkaido_district

  홋카이도로 가는 방법

한국에서 홋카이도로 가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인천–삿포로(신치토세 공항) 간 직항 노선이 있으며, 소요 시간은 약 2시간 45분입니다.
도쿄에서 이동할 경우에는 국내선 항공편이나 JR 홋카이도 신칸센(신하코다테호쿠토 역 경유)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 환경공학도로서 바라본 홋카이도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며, 늘 자연과 인간 사이의 지속 가능한 공존을 고민해왔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홋카이도의 개발사는 의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이 지역은 메이지 시대 개척 이후 대규모 간척·산업화가 이루어진 동시에, 환경 보존이라는 과제도 함께 떠안아야 했습니다.

 

20세기 중반 이후 일본 정부는 “풍요로운 자연과의 공생”을 슬로건으로,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습니다. 실제로 홋카이도는 일본에서 가장 넓은 산림지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립공원, 습지 보호구역, 해안 생태계 등도 체계적으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농업, 어업, 관광산업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이곳은 말 그대로 ‘지속가능한 개발’의 현장 실천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법학도로서의 시선

대학에서 이공계열을 전공한 이후, 현재는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법학도로서 저는 자연환경의 보존과 인간의 권리, 그리고 정책 결정 사이의 균형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홋카이도는 생태적 보존의 공간일 뿐 아니라, 전통 문화의 존중과 현대 정책 간의 긴장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대표적으로 아이누족의 토지와 문화에 관한 권리 보장 문제는 오늘날에도 계속 논의되고 있습니다.
메이지 시대 이후, 홋카이도는 국가적 개발정책의 일환으로 본격적인 개척이 진행되었고, 이 과정에서 선주민이 겪은 제도적 변화와 문화적 제한은 지금까지도 법제적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예컨대, 과거에는 아이누인의 언어, 생활방식, 자원 활용에 대한 제약이 존재했고, 이로 인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었습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아이누 문화를 존중하고 진흥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1997년에는 「아이누 문화 진흥법」을 제정하고, 시라오이의 ‘우포포이’ 같은 상징 공간을 조성하여 전통 문화의 전승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자율성과 제도적 지원 간의 균형에 대해 지속적인 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홋카이도는 이처럼 법과 제도가 한 사회의 문화와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서,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주제를 통해, 보다 포용적인 사회와 지속 가능한 제도 설계에 대해 고민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홋카이도의 매력

꼭 한 번 보고 싶은 풍경! 빠져드는 아름다운 자연의 절경 ❘ GATE TO HOKKAIDO

이처럼 홋카이도는 복잡한 역사와 천혜의 자연환경이 공존하는 곳이며, 개인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따라 전혀 다른 시선으로 해석될 수 있는 다층적인 공간입니다.


환경공학도에게는 지속 가능한 개발의 모델로, 법학도에게는 공공성과 권리 보호의 현장으로 다가올 수 있지요.

저는 여행이 단순히 소비되는 관광상품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때때로 여행은 나 자신을 돌아보고, 다른 사회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홋카이도에 대해 조사하고 사유하는 과정은, 제게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배움의 계기와 동기부여로 이어졌습니다.

 

언젠가 이 땅을 직접 밟게 될 날, 저는 그 풍경을 한 명의 여행자이자, 탐구자, 그리고 미래의 법률가로서 더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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