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찾다가 2022.03.16에 CGV에서 단독개봉한 <하늘의 푸르름을 아는 사람이여>를 보고왔다.
<너의이름은.>, <날씨의 아이>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타나카 마사요시씨가 참여하고,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의 제작진이 감본과 감독을 썼다해서 크게 알아보지 않고 갔다.
보통 외국 영화제의 상을 받거나 기대가 되는 제작진이거나, 평점이 높으면 그것만 보고 작품을 골라도 괜찮다.
최근에는 <더 디그>, <파워 오브 도그>가 그런 영화였다.
CloverWorks이 제작하고 도호가 배급이다.
■ 시놉시스
13년 전, 아이오이 아오이에게는 빛나 보이는 매일이 있었다.
모든 일을 곧잘 해내던 언니인 아카네와
언니의 연인이자 기타리스트가 꿈인 신노
드럼을 치던 미칭코와
보컬담당 반바, 베이스 담당 아보
매일 같이 사당에 모여 밴드 연습을 하며
때로는 소규모 극장에서 공연을 하기도 하는 그들에게
도시락을 갖다주는 언니와 함께 지켜보기도 하고
베이스를 배우기도 하는 것이 아오이의 빛나는 매일이었다.
13년이 지난 후
부모님은 예고도 없는 교통사고로 돌아갔으며
언니와 미칭코는 시청의 재미없는 공무원이 됐다.
거물 뮤지션이 되어 꿈을 이루고 돌아오겠다며 도쿄로 떠난 신노는 아직까지도 소식이 없다.
그렇게
[그럼 아오, 나중에 크면 우리네 베이스다.]
그 말만을 믿고 베이스를 연습해오던 아오이는
진로희망 조사에 밴드로 천하를 거머쥐겠다고 대답하는 아이가 되었다.
13년 전의 신노가 눈앞에 나타나는 전까지는.
「우물 안 개구리, 큰 바다는 알지 못하나
하늘의 푸르름을 안다」
「井の中の蛙、大海を知らずー
されど、空の青さを知る」
과거와 현재를 잇는, 애절하고,
조금은 신기한 “두 번째 첫사랑” 이야기
過去と現在をつなぐ、切なくて、
ちょっと不思議な “二度目の初恋” 物語
■ 감상과 생각들
1. 제목인 <하늘의 푸르름을 아는 사람이여>는 주인공의 언니인 아카네가 졸업앨범에 새긴 말에서 왔다.
「우물 안 개구리, 큰 바다는 알지 못하나
하늘의 푸르름을 안다」
「井の中の蛙、大海を知らずー
されど、空の青さを知る」
영화의 주제곡 제목 역시 <하늘의 푸르름을 아는이여, 아이묭>이다.
장자의 구절에 '하늘의 푸르름을 안다'는 후렴을 붙인건데 원래 문장은 아래와 같다.
우물 속에 있는 개구리에게는 바다에 대해 설명할 수가 없다.(井蛙不可以語海)
그 개구리는 우물이라는 공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拘於虛也)
한여름에만 사는 여름 곤충에게는 얼음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없다.(夏蟲不可以語氷)
그 곤충은 자신이 사는 여름이라는 시간만 고집하기 때문이다.(篤於時也)
작품에서 아카네의 연인인 신노는 18살과 31살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18살의 신노는 도쿄에 나가 뮤지션이 되고 싶은 소년이었다.
아카네에게 차이고 사념으로 남겨진 지금은 신사에 갇혀 행동할 수 없다.
31살의 신노는 도쿄에 나가 어찌저찌 뮤지션은 되었지만 실패하고 기죽은 모습이다.
둘이 마주쳤을때 31살의 신노는 18살의 자신에게 납득할 수 없는 미래 모습이라며 비난받는다.
시간과 공간의 차이 때문에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면
누가 우물안의 개구리인지 생각해볼법하다.
고전을 이용하여 작품의 주제를 넌지시 비춘 것 같다.
<하늘의 푸르름을 아는 사람이여>는 왜 붙은 건지 생각해봤는데 두가지 생각이 든다.
우선, 주인공의 이름이 아오이(Aoi, 푸름)이다. 공간적으로 서로 떨어져 만날 수 없는 등장인물들이 아오이를 매개로 스토리를 진행해나간다는 의미같다. / 또 하나는 주인공인 언니가 도쿄로 떠나지 않고 시골(사이타마현 치타부시)에 남아 우물안 개구리가 되어서 바다의 넓음은 모르지만, 아오이를 키우며 다른 가치를(푸른 하늘로 상징되는)알고 있다는 의미같다. 집에와서 감독의 코멘트를 보지않았기 때문에 순전히 나의 생각이다.
2. 이곳이 아니면 어디라도
Il me semble que je serais toujours bien là où je ne suis pas
Any Where out of the world
이곳이 아니면 어디라도
아오이는 학교에서 진로상담을 받을때 도쿄에 가서 밴드를 하고 싶다 말한다.
하지만 자신때문에 언니가 자기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며, 이곳이 아니면 어디라도 좋다고 말한다.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라도 좋다는 말이 샤를 보들레르의 유명한 말을 떠올리게 했다.
샤를 보들레르, 「이 세상 밖이라면 어디라도」 『파리의 우울』
이 삶은 하나의 병원, 환자들은 저마다 침대를 바꾸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이 사람은 난로 앞에서 신음하는 편이 나을 것 같고, 저 사람은 창 옆으로 가면 치료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나로서는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아닌 저곳에 가면 언제나 편안할 것 같기에,
이 이주의 문제는 내가 끊임없이 내 혼과 토론하는 시안 가운데 하나이다.
샤를 보들레르, 「이 세상 밖이라면 어디라도」 『파리의 우울』
또 그와 같은 가사가 들어간 도재명의 <토성의 영향아래>를 떠올리게 했다.
3. 사춘기의 또 다른 감성
엄마는 아빠는 다 나만 바라보는데
내 마음은 그런 게 아닌데 자꾸만 멀어만 가
요새 즐겨보는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양>이 사춘기 시절의 설레임과 학교에서의 추억과 장점을 떠올리게 한다면, <하늘의 푸르름을 아는 사람이여>는 조금 더 짙은 사춘기의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깊은 반항심과 놓여진 환경에 대한 원망. 어디로 갈지 모르는 진로고민과 근거없는 자신감을 잘 묘사한 것 같다.
4. 잘 만든 BGM과 현악기 소리
비교적 최근에 본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양>은 OST가 깊은 감동을 주었는데, 일본에서 아이묭이 핫 한 가수인 것이랑 별개로 OST가 확 꽂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상황마다 적절한 BGM이 나와서 영화관에서 들으니 몰입도가 상당했다. 여러 악기중에 현악기 소리만 주로 집중해서 듣는 편인데 분위기를 고조하는데 현악기가 특히 잘 쓰인 것 같다. 하이라이트 장면에서는 <언어의 정원>에서 타카오가 유키노 선생에게 속았다며 몰아치는 장면을 봤을때의 기분이 떠올랐다.
5. 넓은 광각으로 묘사한 풍경들
최근에 본 밤하늘이 나오는 애니매이션인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양2> EP7과 비교했을 때 밤하늘 연출은 부족하지만 초목과 비, 시골 도로는 사진을 보는 것 같을 정도로 잘 그린 것 같았다. 16:9처럼 가로가 더 넓은 화면이라 런닝타임동안 극장에서 보며 답답함이 없었다.
6. 소꿉친구와의 밴드, 실패와 재기
名誉ある潔い撤退より
명예있는 깨끗한 후퇴보단
泥にまみれ無様な前進を
진흙투성이의 꼴불견인 전진을
あの日の情熱の火はいずこ
그날의 정열의 불은 어디에
悔しさを並べたプレイリスト
분함을 늘어놓은 플레이 리스트
まさかお前、生き別れたはずの
설마 네놈, 생이별 했을 터인
青臭い夢か?怒れ知らずの
풋내나는 꿈인가?
18살의 신노는 친구들과 학교에서 밴드를 하다가 헤어지게 되고, 혼자 도쿄에 나가게 된다.
독립적인 뮤지션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트로트 가수의 백밴드를 하고 있는 31살의 어른이 된다.
같이 연습하던 친구와 짝사랑 했던 친구는 시청 공무원이 되어있다.
이런 어른의 사정을 청소년의 시선(아오이의 시선)으로 담으면서 현상태에서 벗어나게 되는 자극을 준다.
일본어를 못하는 나에게 계속 들렸던 말은 그간 다양한(色々, 이로이로) 일이 있었다며 얼버무리는 말인데
그 단어가 아마자라시의 <미래가 되지 못한 그 밤에>의 MV를 떠올리게 했다.
그 곡의 도입이 다양한(色々)일들이 있었지···로 시작하기도 하고 밴드가 해체되고 혼자 남은 남자 주인공이
음악을 계속 해나간다는 점에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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