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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일의 전사

76일의 전사 - 1 (언어이해의 산에 부딪히다.)

by 해랑(Sea-wave) 2024.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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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규범교의적 학문을 자처하는 법학은 학문성에 관한 논쟁에 시달려왔다.

입법자의 권력 행사로 법전의 한마디가 바뀌면,오랫동안 가꾼 해석의 축적이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도전으로서 알베르트는 경험적 반증가능성을 강조하는
비판적 합리주의에 입각하여 법학의 학문성을 새롭게 이해하고자 했다.

 

규범교의적 학문 ↔ 경험적 반증가능성 (비판적 합리주의)

[2]

알베르트는 우선 법학의 은폐된 특징을 신학과의 비교를 통해 문제 삼는다.

법학은 당국의 고시에서 진리를 얻어내는 점에서 신학과 구조적 유사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신학이 경전의 해석을 통해 권위를 획득하듯, 법학은 법전을 확인하고 문제 해결과 관련하여 이를 해석한다.

이때 경전이나 법전은 학문적 비판이나 성찰의 대상이 아니라 해석적 권위의 원천이자 근거가 될 따름이다.

그가 보기에 법학이 신학과의 구조적 유사성을 탈피하려면,

해석에서 자연법이나 사회학이냐의 양자택일을 감수해야 한다. 
선택의 결과는 자명하다. 절대성을 가진 규범적 현실에 의해 실정법이 구속되고 또 구속된다고 보는 견해는
신적인 힘으로 설립된 세계를 믿는 관점에 의해서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베르트는 법을 인간의 문화적 성취로 간주하고,
사회적 삶의 사실 중 사회 구성원의 상호 행위 조종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본다.

 

자연법 ↔ 사회학 (인간의 문화적 성취, 상호 행위 조종의 영역)

 

[3]

물론 이 경우에도 법을 현실주의적으로 보느냐, 규범주의적으로 보느냐의 문제는 남는다.

알베르트는 법을 사회적 사실로, 법학을 경험과학으로 볼 것을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규범에 관한 법학적 언명은 규범 자체와는 다르게 규범성이 없으며,

이 구별을 무시한다면 규범의 인식적 파악이라는 이념은 사라지게 된다.

그는 법률 문언의 규범성은 인정하지만, 그 문언에 관하여 의미를 밝히는 법학은 다르다고 말한다.

 

*언명 (言明) : 언급이나 표명.
*법학적 언명 : 법학적 설명을 위해 사용되는 언어

 

[4]

법학에 대한 알베르트의 현실주의적 파악에는 곤란해 보이는 점도 있다.

예컨대, 법률 문언에 흠결이 존재하여 적극적으로 법을 형성하는 것이 불가피할 때가 그렇다.

이처럼 법형성의 과제를 앞에 두고 알베르트는 법형성의 실태에 주의를 기울인다.

법형성에서 규범주의자들이 법해석이 따라야 할 목적을 가리키면서 가치적 관점을 내세울 때, 그는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알베르트는 그 목적이나 가치적 관점은 일반적인 평가가 가능하도록 명시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적용될 규범이나 제안될 해석이 사회생활에 미칠 작용에 관한 고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법률이나 그 해석은 규범 체계에 작용하기에 법형성 과정에는 규범 체계의 논리적 지식도 동원해야 한다고 알베르트는 본다.

 

[5] 

결국 알베르트가 제안하는 법학은 ⓐ 일정한 가치적 관점에 정향된 사회공학이다. 이는 가설적으로 전제된 관점 밑에서,

현행법 에서 승인된 규범 명제에 대한 해석 제안, 규범 충돌의 제거를 위한 현행법 체계의 변형 제안, 입법을 통한 새로운 규범 체계의 형성 제안을 합리적으로 작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 문단도 어려운 문단이다. 

 

 문제1. 의 3번 보기인 : 법의 해석 · 변형 · 형성에 관한 제안을 법체계에 제도화된 가치적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작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또한 어려운 지문이다.

 

[6] 

이상과 같은 알베르트의 도전에 대하여 사비니는 여전히 규범교의적 학문으로서 법학을 정당화하고자 한다. 

그에 따르면 규범적 교의는 법률의 해석을 위해서 결정의 근거지움에 사용하는 법률 바깥의 법명제이며, 법률과 함께 

법체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법체계속에서 법률 문언은 정당한 법명제로 인식되고, 법률 바깥의 법명제 역시 정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요컨대 규범적 교의는 법체계 수립에 필수적이며 이를 다루는 법학도 전통적이고 직관적인 학문 개념을 충족시킨다고 사비니는 주장한다.

 

[7]

이러한 입장에서 사비니는 알베르트의 주장을 반박한다. 법학의 계시모델성에 관해서는 법학이 규범적 교의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최선에 이를 수 있을지를 모색하면서 비판적 검토를 법체계 안으로 수용한다고 해명한다. 자연법과 사회학의 해석적 양자택일에 관해서는 법학의 모든 논의가 자연법적인 것도 아니고, 모든 자연법적 논의가 비합리적인 것도 아니라고 응수한다. 법학적 언명의 권위성에 관해서도 법률에 관련된 메타 언명으로부터 규범성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의문을 표하는 동시에 도대체 왜 법학으로부터 수락할만한 해석의 제안권을 박탈해야하느냐고 반문한다.

 

[8] 사비니는 경험적 인식만을 과학적 인식으로 보면서 규범적 인식을 학문 세계에서 배척하는 태도를 문제로 지적하고, '규범적/경험적'의 구분을 '비학문적/학문적'의 구분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규범교유적 학문으로서 법학의 토대를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비판적 합리주의에 대해 성찰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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